> 일본어 > 한국어 일본어 비교 > 알다 vs 모르다 vs 아니다

한국어와 일본어 비교

알다 vs 모르다

우리말에서 '알다'의 반대말은 '모르다'이다. 그런데 일본어에서 '알다'라는 뜻을 가진 말은 '시루(しる:知る)'와 '와카루(わかる:分かる)' 두가지 단어가 있는데 '모르다'에 해당하는 말은 이 두 말을 부정한 '시라나이(しらない:知らない)'와 '와카라나이(わからない:分からない)'라는 말만 있다. 즉 모르다에 해당하는 고유의 말이 없는 것이다. 결국 '모른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알지 못한다'라고 말해야하는 것인데 참 재미있는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나라 말은 어떨까? 우선 영어를 예를 들면 '알다'는 'know'인데 '모르다'라는 별도의 말은 없는 것 같다. '무지(無知)'라는 뜻의 ignorance가 있지만 동사형인 ignore의 뜻은 '모르다'가 아니라 '무시하다', '모른척하다', '간과하다'와 같은 뜻으로 '모르다'와는 거리가 있다. 결국 영어로 '모른다'고 말할 때는 know를 부정하여 '알지 못한다' 로 말해야 한다. 즉 don't know 라고 말해야하는 것이다.

중국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통 '알다'라는 뜻으로 知道라는 말을 쓰는데 '모른다'는 뜻으로는 不를 붙여서 不知道라고 말한다. 즉 중국어에서도 '알다'를 부정하여 '알지못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생활과 가까운 대표적인 외국어 3가지와 비교했을 때 '알다'와 '모르다'를 별도의 독립적인 낱말로 구분해서 쓰는 말은 우리말이 유일하다. 참으로 재미있는 발견이 아닌가? 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 민족은 '알다'와 '모르다'를 구별해야할 필요가 있는 민족 또는 집단이었다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구분은 매우 철학적인 고민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고민을 일찍부터 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학구열이 높다거나 학벌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않을까?

아니다 vs 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같이 일본어로 '모른다'는 말은 '시라나이(しらない:知らない)'와 '와카라나이(わからない:分からない)'가 있다. 이 말은 모두 '알지 못한다'는 뜻인데, 두 말에 들어 있는 부정을 나타내는 'ない'라는 말은 '無い' 즉 '없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아는 바가 없다'라는 방식으로 '알지 못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단어의 예를 아래에 나열해 보겠다.

  1. 돈이 없다(お金がない), 시간이 없다(時間がない)
  2. 인간이 아니다(人間ではない)
  3. 예쁘지 않다(可愛くない), 아름답지 않다(綺麗ではない)
  4. 가지 않는다(行かない), 보지 않는다 (見ない)
  5. 그렇다(そうだ) , 그렇지 않다(そうではない)
  6. 아니다(違う)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없다(ない)'라는 말을 이용하여 만들고 있다. 무리가 있을 수는 있으나 억지로 직역해보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표현은 '인간 없음'으로, '가지 않는다'는 표현은 '가기 없다'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생각해보면 일본어는 한국어보다 단순하고 원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작성: 2017.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