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행 > 오사카 > 일본 속 백제역사

일본 속 백제역사

일본 나라현의 이소노카미신궁(石上神宮)에 보관돼 있는 ‘칠지도(七支刀)’는 한·일 고대사 연구의 기념비적인 유물이다. 칠지도는 백제 제13대 근초고왕(近肖古王)이 서기 369년 왜나라의 후왕(候王)에 하사한 보도라는 게 통설이다. 후왕은 식민지의 왕을 가리키는 왕호다. 백제의 왕이 식민지인 왜의 왕에게 준 칼이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역사학자들은 정반대의 주장을 편다. 하사한 게 아니라 ‘바친’ 것으로 날조하는가 하면 백제왕이 하사한 게 아니라 중국이 백제왕을 거쳐 왜왕에게 보낸 것이라는 억지도 부린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불상이 있다. 국보로 지정된 ‘구다라관음’이다. 백제가 7세기 초에 왜 왕실에 보내준 것으로 쉽게 썩거나 벌레가 먹지 않는 녹나무로 만들었다. 1300여년간 나라현의 법륭사(法隆寺) 안에서 고고한 자태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런데 일본에선 한 때 구다라관음이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이유인 즉슨, 한국에선 녹나무가 자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주장은 일본인 학자에 의해 다시 반박됨으로써 해프닝으로 끝났다. 제주도의 도순리에는 녹나무 자생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녹나무가 광대한 면적에 군락을 이루기 위해선 얼마의 세월이 필요했을까.

일본 오사카시에는 남백제(南百濟)초등학교가 있다. ‘백제대교’라는 다리와 고대 백제인 왕족의 신주를 제사 모시는 ‘백제신사(百濟神社)’도 있다. 서기 7세기에는 ‘백제군(百濟郡)’이라는 행정구역도 설치됐다고 한다. 오사카에 백제 명칭이 많은 것은 4세기 경부터 백제 도래인들이 집단 거주지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백제 왕족이 오사카를 근거지로 삼아 왜 왕실을 세우고 왕족의 혈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오사카의 백제 역사는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있다. 특히 군국주의가 시작된 근대 들어 오사카의 ‘백제’ 명칭은 대거 다른 명칭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일본의 백제 역사 왜곡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일본인들의 백제에 대한 향수를 감추려 하지 않는다. 해마다 백제문화제 때에는 일본 오사카 등지에서 정식 초청이 없어도 스스로 백제 순례단들이 온다. 지난 7월 초에 일본에서 열린 백제문화학술지엄에는 10만원의 참가비를 감수하면서도 300여명의 일본인이 몰려 충남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충남도를 중심으로 ‘백제문화 세계화’의 원대한 꿈이 영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아직까지도 일본 속의 백제 역사에 대해 관심 밖이다. 해마다 수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떠나지만 일본의 백제문화 순례단은 손꼽을 정도다.

출처: 대전일보 (2009.7.29.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