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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 선거법 유죄, 법정구속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원 전 원장이 법원에 도착하자, 군복을 입은 보수단체 '애국기동단' 회원들이 만일에 사태를 대비하며 원 전 원장을 뒤따랐다.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정치개입은 유죄, 선거개입은 무죄' 판결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간부들이 항소심에선 선거개입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결과가 집행유예였던 원 전 원장은 징역 선고 뒤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죄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에게는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민 전 단장에는 징역 1년6월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하고 두 사람에 대한 형 집행은 2년간 유예했다.

이같은 결과는 선거법 위반은 무죄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원세훈 징역 2년 6월과 자격정지 3년에 집행유예 4년, 이종명·민병주는 각각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여당 후보 확정 뒤부터 선거개입글 압도적으로 증가"

1심이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에 대해 대선개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는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일정 시점 이후의 사이버활동은 대선개입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박근혜 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후부터 심리전단의 활동이 대선개입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8월 20일 이후 정치개입성 글보다 선거개입성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며 "정치글과 선거글의 비중이 바뀌고 선거글의 절대량이 현저히 증가한 것은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의 방향과 의도하는 바가 질적으로 변화한 걸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를 원색으로 비난하고 좌파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글도 있었던 것은 야당과 야권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사를 일관되게 개진한 걸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종전까지 가장 높던 안철수 후보에 대한 반대글이 안 후보 사퇴로 현저히 줄어들었고 이후엔 민주당 반대 글이 증가한 걸 봐선 중요한 선거 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한 걸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정치개입·선거개입성 사이버 활동에 활용한 트위터 계정을 716개로 인정했다. 트위터 작성과 리트윗을 맡은 심리전단 안보5팀이 대선 관련은 15만 3331건, 정치는 11만 9861건으로 인정했다. 심리전단 안보3팀의 위법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 찬반 클릭 수와 댓글·게시글 작성건수는 1심과 똑같이 인정했지만, 트위터의 인정폭은 크게 넓어졌다.

"자유민주 지켰다지만, 정작 핵심가치 훼손"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이 이뤄진 과정 및 체계, 직원 진술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활동 주제와 방향이 엄격한 지위 명령 체계에 따라 전해지면,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신속 정확히 집행되고 사후보고가 이뤄진 일련의 과정이 확인된다"며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은 조직적·체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에 대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편파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한 재판부는 "종북세력에 대한 사이버심리전이라는 명분을 도대체 읽어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업무지시를 통해 북한과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 제시 없이 심리전 수행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등 원 전 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은 국정원장인 피고인 원세훈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에서 직원들이 지시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일탈해 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자신이 제시한 지시와 지침, 의도와 방향성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부하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사실상 지키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및 맹목적 추종세력에 의한 심리전에 국정원이 대응할 필요는 있지만 이 사건 사이버활동은 본연의 심리전 활동에서 벗어나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다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세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 상고하겠다"

이날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을 선고하는 주문을 읽은 재판장은 원 전 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원 전 원장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저로서는, 재판과정에서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재판받을 것입니다."

상고 의사까지 밝힌 셈이다. 그러나 재판장은 아랑곳 없이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검은 군복과 붉은 베레모에 선글라스를 쓰고 원 전 원장의 법정 출석을 '호위'한 노년층 30여명은 재판 뒤의 경호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이 법정구속되고 경호할 일이 없어지자 조용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출처: 오마이뉴스 (2015.2.9)

※ 관련기사보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판결'에 대한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의 사설비교 (한겨레신문 20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