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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현의 백제계 유적

일본이란 국가가 시작된 나라(奈良)현은 ‘아스카시대’와 ‘나라시대’가 시작된 일본 역사의 뿌리이자 보고(寶庫)이면서 백제의 ‘나라’이기도 한다.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목조 건물인 호류지(法隆寺)는 고대 백제인의 혼이 배어있는 사찰이다. 호류지는 고구려승 혜자와 백제승 혜총으로부터 불교를 배우고 일본 불교를 증흥시킨 쇼토쿠태자(聖德太子)가 부친인 요메이 일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607년 지었다. 백제인 건축가들을 불러 장장 17년의 공사 끝에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국보급을 비롯 중요 문화재만도 2000여점에 달하고 목조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층목탑(높이 31.5m)과 금당은 백제 장인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여주는 백미로 꼽힌다.

나라현 나라시의 도다이지(東大寺) 역시, 백제인의 혼이 서린 사찰이다. 도다이지는 쇼무천황(聖武天皇)이 세운 절로 백제인 행기(行基, 668-749) 스님과 양변(良弁, 689-773) 스님이 불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도다이지내 세계 최대의 금동불상인 비로자나대불(신체 높이 14.98m)은 백제인 조불사 국중마려(國中麻呂)가 주조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나라현에는 사아다이지(西大寺), 아스카데라(飛鳥寺), 약사사(藥師寺), 고후쿠지(興福寺), 다이안지(大安寺) 등 백제계 사찰이 즐비하다.

나라현에는 백제인 음악가 미미자의 활동 무대도 현존한다. ‘토무대(土舞臺)’라는 이름의 미마지의 기악무 전수지가 실제로 보존되고 있다. 사쿠라이시 문헌에 따르면 ‘스이코 일왕시대에 섭정을 하고 있던 쇼토쿠 태자가 미마지를 초대해 기악무를 가르치게 하고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국립연극연구소와 국립극장을 설립한 장소’라고 전하고 있다. 오사카의 시내 중심지에 있는 시텐노지(四天王寺) 경내에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무대강’(舞臺講)이라는 이름의 돌로 만든 무대가 있다. 이 곳에서도 미마지는 공연을 펼치거나 제자들을 가르친 것으로 전해진다.

미야자키, 후쿠오카, 사가, 교토

미야자키현(宮崎縣)의 난고손(南鄕村)에는 ‘백제왕의 전설’이 전해온다. 백제왕족인 정가왕(楨嘉王)과 그의 차남인 화지왕(華智王), 그리고 정가왕의 장남인 복지왕(福智王) 등이 정착한 곳이다. 아직도 난고손 마을의 중앙부에는 정가왕의 신주로 모신 니카도신사(神門神社)가 비운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백제 유민의 한이 서린 곳은 난고손 뿐만이 아니다. 후쿠오카(福岡)현의 다자이후(太宰府)는 백제 유민들의 한과 혼이 어린 역사의 현장이다. 다자이후에는 백촌강 전투 2년 후인 665년에 축조된 백제식 산성인 오노조(大野城)가 있다. 일본 내 백제식 산성은 오노조와 함께 사가현(佐賀)현의 기이성(基肄城),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島)의 가네타성(金田城), 그리고 구마모토(熊本)현 야마가(山鹿)시의 기쿠치성(鞠智城)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기쿠치성은 경기 하남시의 이성산성(二聖山城)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쿠치성에는 팔각형의 고루(鼓樓)가 복원돼 있는데 이성산성에도 같은 모양의 팔각형의 건물지가 있다. 기쿠치성에선 지난해 11월 9일, 백제계의 청동보살입상(靑銅菩薩立像)이 발굴되기도 했다.

고대의 전설을 보여주는 유적지 가운데 사가(佐賀)현 가라쓰(唐津)시 가카라시마(加唐島)는 백제 무령왕(武寧王) 탄생지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 섬에는 무령왕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동굴이 보존돼 있다.

이와 함께 백제계 천황으로 알려지고 있는 교토부(京都府) 오쓰(大津)시 오우미신궁(近江神宮)과 인물화상경이 발견된 와카야마(和歌山)현 하시모토(橋本)시의 스다하치만신사(隅田八幡神社), 칠지도가 발굴된 나라현 덴리(天理)시 이소노카미신궁(石上神宮) 등은 고대 한·일 관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유적들이다.

고대 역사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일본내 백제 유적과 유물들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게 왜곡되거나 감춰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일본 속의 백제문화 발굴과 재조명은 아직까지 시작 단계다. 더 이상 그 역사적 진실이 사라지기 전에 일본 속의 백제 역사와 그 혼을 규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일본 내의 백제계 유적과 유물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시급하다. 이는 고대 문헌에 대한 조사, 연구와 각 유적에 대한 고증과 탐구, 수 많은 유물들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인 집대성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한국인들의 역사 인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세계에도 이를 알려 대백제의 위대한 문화적 저력을 과시해야 할 것이다. 출처: 대전일보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