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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순대국

용인 백암면에는 지금도 5일장이 선다. 무려 120년이나 같은 자리에서 장이 섰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가 하루 150마리 넘게 거래될 정도로 북적이는 큰 장이었다고 한다. 주변 농부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른 소를 데리고 나와 값도 매겨보고, 남의 소랑 몸집 비교도 해 보며 소 키우는 자부심과 즐거움을 나눴다. 그러다 임자가 나서면 소를 팔고,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에 약주를 마시며 소 떠난 아쉬움과 거래의 즐거움으로 얘기꽃을 피우곤 했다.

순대국밥은 고기가 흔했던 백암 장터의 아낙들이 모여 함께 순대를 만들고 돼지 국물을 부어 팔았던 것이 팔도 장사꾼들에 의해 전국으로 소문이 번지며 유명해졌다. 백암순대는 다른 지역의 순대보다 훨씬 야채가 많고 순대 소(속에 넣은 갖가지 재료)가 성글고 거칠었는데, 이는 아무리 소를 키우고 돼지를 쳐도 고기 한 점 씹기 힘든 장터 사람들에게 고기 씹는 행복과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한 장터 아낙들의 배려였다. 판 벌려 놓고 늘 마음 바쁜 장사꾼들은 어디서나 뜨끈한 국물에 밥을 토렴(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히는 것)하여 한 그릇 후딱 먹을 수 있는 국밥을 즐겼다. 속이 풍성한 백암의 순대국밥은 온갖 장터 입맛을 아는 그들 입에도 별미였고 성찬이었다.

10년 전, 백암 장의 명성을 만들었던 우시장은 사라졌지만, 백암순대의 명성만은 그대로 남아 소를 팔아 거금을 손에 쥔 날이라도 돼지국물과 돼지부속물로 배를 뚱뚱하게 채운 순대 한 그릇에 행복해했던 소박한 낭만을 전한다.

참고: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대표 음식. 참조사이트: 관광공사 우리고장 맛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