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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의 고향 일본

빵은 서양에서 온 것이지만 단팥소가 들어간 단팥빵의 고향은 일본이다. 찰진 떡이나 쪽득한 찐빵만 먹던 일본인에게 빵의 식감은 고기처럼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낯선 음식에 대한 경계심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빵의 왕국으로 거듭나기까지 일본은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일까?

일본인들이 빵을 만난 것은 표류하던 포르투갈 배가 상륙하던 때부터이다. 기독교 선교활동을 위해 들어온 포르투갈인과 스페인 선교사들이 가지고 온 서양과자들을 통해 일본인들은 빵을 접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남만과자라 불리는 양과자들은 나가사키지방의 토산물로 정착하게 되었다.

일본인들이 처음 빵을 접했을 때엔 그 모양과 식감보다 밥 대신 먹는 주식이라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빵은 본디 고기나 유제품을 맛있게 먹도록 해주는 탄수화물 식품이다. 그러니 생선 요리나 채소만 먹던 일본인의 상차림에 빵은 주식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빵을 주식 대신 간식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암팡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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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야스헤에는 네덜란드 저택에서 빵을 굽던 사람에게 빵 이야기를 듣고 모험을 시작했다. 그는 도쿄에 빵집을 차리고 의욕적으로 빵 개발을 했다. 이스트 냄새가 나지 않고 일본인의 입맛에 익숙한 빵 맛을 찾아 밤낮으로 효모를 연구한 끝에 쌀누룩종을 쓰는 새로운 발효법을 완성시켰다. 일본술의 효모가 증식하여 유산이 생성되면 잡균 번식이 억제되어 빵 반죽이 잘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술 누룩이 이스트처럼 잘 부풀지 않는 점은 발효시간을 늘리고 설탕함유를 높이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그는 경도 낮은 단물을 찾아 우물물을 길어다 쓰고, 쓰쿠바 산 중턱의 맑은 공기 속에서 술누룩을 채취해 섭씨 30도를 유지하며 야생효모를 증식시켰다. 술누룩은 발효관리가 까다로워 추운 밤에는 품에 안고 자기도 했다. 이렇게 탄생한 단팥빵은 중국에서 건너온 술찐빵이나 서양 빵과 다른 오직 그들만의 것이었다.

서양 빵이 낯설던 일본인들은 단팥빵의 출현으로 빵에 친근감을 갖기 시작했으며, 이 빵은 순식간에 명물이 되어 관청이나 군대에도 납품하게 되었다. 납품용 빵과 시판용 빵을 구분하기 위해 빵의 한 가운데를 납작하게 누르고 절인 벚꽃을 얹었던 데에서 현재의 단팥빵의 모샹새가 나왔다고 한다. 이 최초의 단팥빵 가게는 아직도 긴자에서 오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돈까스와 단팥빵은 모두 일양절충형 음식으로 일본 음식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또한 맛에 있어 세계의 구분이 무의미한 현대의 음식문화를 이야기한다.

※ 단팥을 일본어로 앙코(あんこ), 빵을 팡(パン)이라고 하여 단팥빵을 앙코팡 또는 암팡이라고 하는데, 단팥빵이 일본이 원조인 때문인지 만화태릭터중에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암팡맨(アンパンマン)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