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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여행기

여수행 심야열차를 타기위해 영등포역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영등포역에 도착하자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영등포역 2층 대합실에는 노숙자들이 많이 있었다. 밤 10시 50분에 용산역을 출발한 오늘의 마지막 전라선 무궁화열차는 영등포역을 22시 58분에 출발하여 여수에는 다음 날 새벽 4시 22분에 도착하는 1517무궁화열차다. 승강장에 들어가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무궁화열차 한 대가 도착했다. 영등포역에서 22시 44분에 출발하는 부전행 무궁화열차였다. 이 열차는 서울역을 22:35분에 출발하여 수원, 천안, 대전, 대구, 영천, 경주, 울산, 해운대 등을 거쳐 다음날 아침 5:22분에 부전역에 도착하는 1261무궁화열차다. 밖에서 본 열차 안은 거의 만원이었다. 이어서 내가 탈 여수행 무궁화열차가 도착했다. 전라선열차의 경우는 경부선열차에 비해 승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좌석은 자리가 차 있었다. ※여수시여행지도

이번 여행을 위해서 서울고속터미널역 4번출구쪽에 있는 대한민국지역홍보센터(전화: 02-3496-2200, 2201)에 가서 각 지역 여행안내책자를 구해서 보았다. 전라도지역은 광주와 남원 외에는 가 본 곳이 없어서 가 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선뜻 여행지를 선정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고민 끝에 전라선 종착역인 여수, 전라선과 경전선이 만나는 순천, 지리산으로 유명한 남원, 한옥마을과 경기전이 있는 전주, 그리고 군산을 마지막으로 1박 3일의 여정을 계획했다.

기차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여행용베개도 준비했건만 좀처럼 잠이 잘 오지 않아 창밖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러는 사이에 12:44분에 서대전역에 도착했다. 경부선의 경우는 대전역을 지나지만 호남선과 전라선은 서대전역에 정차한다. 서대전역에 도착하자 승객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이미 남아 있는 승객은 대부분 등산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마도 남원, 백양사 등으로 단풍구경을 가는 사람인 것 같다. 자정이 넘어서면서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하다가 순천역부터는 줄곧 깨어있었다. 순천을 지나면서부터는 깜깜한 밤이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기차여행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윽고 종착역인 여수역(04:22)에 도착했다. 여수역에서 내린 승객은 20명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 등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아 아마도 해돋이 명소인 향일암에 가는 사람인 것 같다. 대합실에는 할아버지들이 너댓명 정도 티비를 보고 있었고 여수역에서 출발하는 첫 열차는 05:20분에 있는 익산행 무궁화열차였다. 아직 어두웠으므로 역무원에게 이 시간에 어디를 가면 해가 뜰 때까지 시간을 때울 수 있겠느냐고 물어 봤더니 여수수산시장으로 가 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여수멸치가 맛이 매우 좋고 그 중에서도 국물용멸치가 좋으니 꼭 국물용멸치를 사라고 가르쳐주었다. 아울러 여수시티투어버스가 여수역에서 10시 30분에 출발하니 꼭 그것을 이용하라는 당부도 했지만 오전 중에 순천으로 이동할 생각이었기에 여수시티투어버스를 탈 생각은 없었다.

돌산공원에서 본 여수전경
돌산공원에서 본 여수전경

여수역 광장으로 나가자 해장국집과 여인숙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고 이런 이른 새벽에 할머니 두 명이 서 있는 것이 보여서 왜 있을까 궁금했다. 한 할머니가 나에게 " 삼촌 놀고 가쇼 "라고 했다. 여수가 항구도시이기 때문일까 참으로 오랜 만에 들어보는 말이어서 할머니에게 여수항으로 가는 길을 물어 여수항으로 걸어가면서 한동안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새벽이지만 여수역앞 여관골목에는 여관과 사우나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여수역에서 여수항까지는 걸어서 약 20분정도 걸리는데 여수수산시장과 건어물시장은 아직 열지 않았고, 여수수산시장옆에 있는 풍물시장과 풍물시장과 이어진 교동시장이 벌써부터 분주하게 영업을 하고 있었다. 풍물시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횟집이 문을 열고 있었고, 교동시장에서는 생선과 채소등을 팔고 있었는데 이곳에 와서 새삼 여수가 항구도시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교동시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루떡을 사서 먹으면서 돌산대교를 향해 걸었다.

여수항에서 돌산대교까지는 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데 멀리서 보이는 다리의 야경이 좋아 보인다. 돌산대교 입구에는 팔각정이 있고 다리 위에서는 여수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산공원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비탈길을 올라갔다. 돌산공원에 오르자 아직은 야경이라고 해야할 여수시내의 파노라마가 눈 앞에 펼쳐졌다. 돌산공원 정상에서 360도를 돌아보니 어디가 육지이고 어디가 섬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항구도시인 여수의 아름다움을 돌산공원에 올라 절실히 느꼈다. 여수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기위해서 날이 밝을 때까지 한동안 돌산공원에서 기다렸다.

돌산공원에서 내려오자 돌산회타운이 보이고 옆에는 유람선선착장이 있었는데 한려수도를 관광하려는 손님을 태운 관광버스가 몇 대 도착해서 사람을 풀고 있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돌산대교를 건너자니 어두워 보이지 않던 조선소, 장군도 등 새로운 풍경들이 보인다. 돌산대교 입구에 있는 팔각정 앞에는 여수10경이라고 쓰여진 큰 안내판이 있었고, 팔각정 옆으로 전망 좋은 레스토랑과 라이브카페가 있었다. 여수수산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갓김치를 파는 가게가 곳곳에 있었는데 돌산갓김치가 여수의 명물인듯하다. 여수수산시장은 공사중이어서 볼 수 없었고 여수항연안여객터미널에 들렀다가 건어물시장과 여수항주변상가를 두리번거리다가 진남관으로 향했다. 여수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준비때문인지 여기저기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진남관 아래에는 임진왜란유물전시관이 있고 아직 영업시간은 아니지만 들어와서 보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임란유물관을 나와 진남관으로 올라갔다. 진남관 대청마루에 앉아 바다를 보니 여수앞바다가 훤히 보였다. 지금은 건물이 많이 생겨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옛날에는 왜군이 오는 것이 잘 보였으리라 생각하면서 한동안 앉아 있었다.

여수경찰서와 파크호텔앞을 지나 여수역으로 가는 도중에 샹보르호텔이 보였는데, 아마도 이 호텔이 여수에서는 가장 좋은 호텔인듯 하다. 여수역이 보이는 곳에 왔을 때 일본성인용품할인매장이라고 쓴 가게가 보였다. 여수에도 이런 가게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여수역으로 돌아왔더니 새벽에 도착했을 때 역무원이 말했던 여수시티투어버스가 서 있었다. 어른 요금이 3천원인데 아침 10시 30분에 출발해서 저녁 6시까지 오동도, 향일암 등 여수일주여행을 할 수 있다니 참 착한 가격인 것 같다. 새벽에 여수역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으므로 여수역에서 다시 순천역까지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으나, 마침 철도노조 파업으로인해 다음 열차까지 두 시간이상 기다려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여수에서 순천까지는 버스를 타기로 결정하고 여수역승강장을 구경한 후에 여수역앞 버스정류장에서 여수터미널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어디가냐고 묻기에 여수터미널에 간다고 했더니 공화동사거리에서 버스를 타면 모든 버스가 터미널로 간다며 그리로 가서 타라고 가르쳐주었다. 나의 행색이 여행하는 사람으로 보여서 였을까? 묻지도 않았는데 우정 가르쳐 주었다는게 고맙고 시골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여수세계박람회와 맞물려서 타지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공화동사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에게 순천왜성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이번 여수여행에서 들러 보고 싶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여 우선 여수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는 여수시내에서 보이는 뒷산을 지나 10분 정도 달려 터미널에 도착했다. 여수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는 이마트와 음식점 그리고 모텔들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여 시내라고는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터미널직원에게 순천왜성에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지만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결국 순천행 버스에서 운전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순천에서 택시를 타는 것이 빠르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순천왜성은 지도상으로 여수와 순천 사이에 있는 율촌역에서 가까운데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무궁화호 운행이 중단되어 율촌역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순천에 도착해서 다시 여수쪽으로 되돌아 온다는 것도 비효율적이라 순천왜성에 가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여수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여천정류장, 석창시외버스정류장, 덕양정류장을 지나 순천으로 향했다. 새벽기차를 타고 오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잔 터라 졸음이 쏟아졌다. 무궁화열차의 보통실은 자리가 좁아 다리를 펼 수 없어서 잠이 잘 안 온다. 특실이 있다면 다음부터는 특실을 이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 깜빡 졸다시피 잠에 들었다가 눈을 떴더니 버스는 어느덧 순천터미널에 도착하고 있었다. 순천역과 여수역사이의 바다경치가 참 아름다웠는데 밝은 낮에 보지 못하고 지났다는 것이 아쉽다. 여수행 전라선열차는 바다경치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타보고 싶다.